올림픽 챔피언이 말한 'Neuroplasticity(뇌 가소성)': 우리 아이가 스스로를 디자인하게 하는 법
안녕하세요, 소민정신건강의학과 원장 김민국입니다.
얼마 전 지난 동계올림픽 하이라이트 영상을 다시 보다가, 문득 제 마음에 깊은 울림을 주어 따로 저장해 두었던 한 인터뷰 영상을 다시 꺼내 보게 되었습니다.
당시 엄청난 실력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미국계 중국인 스키 선수, 에일린 구(구에이링)의 인터뷰 영상이었습니다.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린 자리에서 22세라는 젊은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차분하고 논리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죠.
한 기자가 그녀의 거침없는 지성과 깊이에 감탄하며 질문을 던졌을 때, 그녀는 아주 겸손하면서도 단단한 어조로 이렇게 답했습니다.
"저는 제 머릿속에서 정말 많은 시간을 보내요. 끊임없이 내 생각을 정리하고, 개선하고, 만들어가죠. 그렇게 함으로써 나 자신을 내가 원하는 사람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거든요. 우리 뇌는 쓰면 쓸수록 변화하는 'Neuroplasticity(뇌 가소성)'를 가지고 있으니까요."
정신과 의사인 제가 진료실에서 환자분들에게 늘 강조하는 이 전문 용어를, 젊은 올림픽 챔피언이 자신의 내면을 다스리는 방법으로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순간 전율이 돋았습니다. 동시에 두 아이를 키우는 아빠로서 '와, 우리 아이들도 저렇게 스스로의 생각을 정리하고 자기가 원하는 멋진 모습으로 스스로를 디자인할 수 있는 똑부러진 아이로 키우고 싶다!' 하는 열망이 마음속에서 확 불타오르기도 했습니다.
오늘은 이 올림픽 챔피언이 언급한 'Neuroplasticity(뇌 가소성)'가 도대체 무엇인지, 그리고 이를 통해 어떻게 우리 아이들의 뇌와 마음을 건강하게 디자인할 수 있는지 정신과 의사이자 아빠의 시선으로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Neuroplasticity(뇌 가소성)가 도대체 무엇일까요?
과거의 과학자들은 인간의 뇌가 유년기를 지나 성인이 되면 마치 콘크리트가 굳는 것처럼 더 이상 변하지 않는다고 믿었습니다. "머리는 타고나는 것",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도 여기서 나왔죠.
하지만 현대 뇌과학이 밝혀낸 진실은 완전히 다릅니다. 우리 뇌는 고정된 컴퓨터 하드웨어가 아니라, 평생에 걸쳐 끊임없이 변화하고 재배선되는 '말랑말랑한 진흙(Plastic)'과 같습니다. 이를 뇌 가소성(Neuroplasticity)이라고 부릅니다.
우리가 새로운 지식을 배우거나, 특정 생각을 반복하거나, 새로운 습관을 들일 때마다 뇌 속의 신경세포(뉴런)들은 서로 새로운 길을 만들어 연결(시냅스)을 강화합니다. 자주 다니는 길은 넓은 고속도로가 되고, 쓰지 않는 길은 잡초가 우거져 사라지는 원리입니다.
즉, 에일린 구 선수가 말한 것처럼 생각을 정리하고 개선하여 스스로가 원하는 사람으로 변해가는 과정은, 단순히 마음먹기에 달린 추상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뇌를 물리적으로 리모델링하는 과학적인 과정인 것입니다.
머릿속에서 보내는 시간: "스스로를 원하는 사람으로 만드는 힘"
인터뷰에서 가장 감명 깊었던 부분은 "내 머릿속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생각을 정리하고 개선한다"는 태도였습니다. 요란하게 자신을 과시하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생각에 깊이 집중하며 스스로를 다듬어가는 겸손하고도 주도적인 모습이었죠.
많은 부모님들이 착각하시는 것 중 하나가 '아이에게 끊임없이 주입하고 무언가를 시켜야 아이가 발전한다'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진정으로 단단하고 똑부러진 내면은, 아이 스스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생각을 정리하는 '정적인 시간' 속에서 만들어집니다.
외부의 자극에 무비판적으로 끌려다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지금 왜 이런 생각을 하지?", "어떻게 하면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할 수 있을까?" 하고 스스로 질문을 던질 때, 우리 뇌의 고등 인지 기능을 담당하는 전두엽의 신경망들이 아주 촘촘하고 강하게 연결되기 시작합니다. 챔피언은 매일 그 뇌 가소성의 회로를 스스로 훈련해왔던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을 똑부러지게 키우기 위한 아빠 의사의 제안
그 영상을 저장해 두고 몇 번을 돌려보며, 저 역시 집에 있는 아이들을 바라보았습니다. '우리 아이들도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저렇게 주도적이고 단단한 내면을 가진 아이로 자라나면 얼마나 좋을까?' 모든 부모의 마음이 저와 같겠지요.
뇌 가소성의 원리를 육아와 교육에 적용한다면, 우리는 아이들에게 세 가지를 선물해야 합니다.
1. 아이에게 '생각할 시간과 여백'을 주기.
스케줄로 꽉 짜인 일상이나 스마트폰 화면은 아이가 '머릿속에서 시간을 보내는 법'을 잊게 만듭니다. 아이가 멍하니 생각에 잠기거나, 스스로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심심하고 여유로운 시간을 허락해 주세요. 그 여백 속에서 뇌 가소성은 가장 활발히 일어납니다.
2. 다양한 자극과 '독서'의 환경 만들어주기.
생각을 정리하고 개선하기 위해서는 머릿속에 좋은 재료들이 많아야 합니다. 독서는 뇌의 시각, 청각, 언어, 인지 영역을 동시에 활성화하며 깊은 사색을 돕는 최고의 뇌 운동입니다. 아이의 뇌 속에 세련된 신경망이 형성되도록 책을 가까이하는 환경을 부모가 함께 만들어주어야 합니다.
3. "너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니?" 질문 던지기.
아이가 스스로를 원하는 모습으로 디자인할 수 있도록, "너는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니?", "오늘 보낸 시간 속에서 어떤 점을 더 개선해보고 싶니?" 같은 주체적인 질문을 자주 던져주세요. 부모의 질문은 아이가 스스로 뇌의 고속도로를 뚫게 만드는 멋진 마중물이 됩니다.
인간의 뇌가 가진 가장 아름다운 능력이 바로 Neuroplasticity(뇌 가소성)입니다. 이 능력 덕분에 우리는 어제보다 더 현명해질 수 있고, 우리 아이들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멋진 미래를 스스로 그려나갈 수 있습니다.
"우리 애가 소질이 없나 봐요", "머리가 나쁜가 봐요"라며 아이의 가능성에 미리 한계를 가두지 마세요. 아이들의 뇌는 지금 이 순간에도 부모의 말 한마디, 깊은 사색 한 자락, 새로운 도전 속에서 매일 눈부시게 리모델링되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세상의 어떤 풍파에도 흔들리지 않고 스스로를 멋지게 디자인해 나갈 수 있도록, 저도 진료실에서 그리고 가정에서 열심히 뇌 가소성 서포터로 활약해 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