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이라는 감옥에 갇힌 아이에게 : 결과보다 과정을 사랑하는 법
안녕하세요, 소민정신건강의학과 원장 김민국입니다.
오늘은 의사로서의 조언이기 이전에, 한 아이를 키우는 '아빠'의 마음으로 글을 써 내려가 보려 합니다.
제게는 참 소중한 아들이 하나 있습니다. 참 영특하고 속이 깊은 아이인데, 가끔은 그 깊은 속이 '완벽주의'라는 높은 벽이 되어 아이의 발목을 잡는 것을 보곤 합니다. 자기가 확실히 잘해낼 수 있다는 확신이 서지 않으면 시작조차 주저하고, 실패할 것 같은 예감이 들면 아예 도전을 멈춰버리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며 아빠로서, 그리고 마음을 공부하는 의사로서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1. 완벽주의의 본질은 탁월함이 아니라 '두려움'입니다
우리는 흔히 완벽주의를 ‘높은 기준을 추구하는 성실함’으로 포장하곤 합니다. 하지만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면, 완벽주의의 본질은 사실 탁월함이 아니라 ‘두려움’에 가깝습니다.
완벽주의자는 과정보다 결과를 더 중요하게 여깁니다.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의 결과에 모든 의미를 걸어버리는 순간, 지금의 행동은 무거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잘 안 될까 봐, 기대에 못 미칠까 봐 두려워지고, 그 두려움은 결국 사람을 멈추게 만듭니다. 그래서 완벽주의는 더 잘하려는 태도라기보다,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하게 만드는 상태에 가깝습니다.
2.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의 진짜 의미
그렇다면 아이에게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해"라고 말하는 것은 무엇을 뜻할까요? 이것은 단순히 결과 따위 신경 쓰지 않고 포기하겠다는 무책임한 자포자기와는 다릅니다. 그보다는, 미래에 쏠려 있는 의식을 현재로 가져오겠다는 결단에 가깝습니다.
다른 사람의 평가나 최종 결과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내가 하고 있는 행동 자체에 더 큰 가치를 두겠다는 결심입니다. 결과는 내가 완전히 통제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이를 인정하는 대신, 확실히 붙잡을 수 있는 ‘지금의 행동’에 집중하는 태도를 갖는 것입니다. 결과라는 거대한 벽에 겁먹기보다, 그 벽을 구성하는 벽돌 하나를 쌓는 데 몰입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3. 삶은 결과를 증명하는 일이 아닙니다
결국 좋은 삶이라는 건 완벽한 결과를 계속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하나하나의 과정을 제대로 만끽하며 살아내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결과는 그저 과정이 남긴 흔적일 뿐이고, 우리의 삶은 늘 ‘지금 하고 있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완벽한 결과를 기다리며 멈춰 있기보다는, 과정을 느끼기 위해 움직이는 것. 결과라는 미래가 아니라, 지금 내 곁에 존재하는 과정 속으로 들어가는 것. 그때 우리는 비로소 두려움에서 벗어나, 스스로 지금을 선택하며 만들어가는 사람이 됩니다.
사랑하는 아들에게, 그리고 같은 마음으로 고민하는 부모님들께.
아이에게 "틀려도 괜찮아", "실패해도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빠가 아이가 무언가를 '하고 있는' 그 순간의 즐거움을 함께 나누는 것이라 믿습니다.
삶은 결과를 증명하는 시험대가 아니라, 매 순간을 살아내는 행위 그 자체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완벽이라는 무거운 갑옷을 벗어 던지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과정'이라는 즐거운 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소민정신건강의학과가 함께하겠습니다.
소민정신건강의학과 원장 김민국 올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