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이 울며 읽는 동화, 『한밤중 달빛 식당』이 주는 치유의 레슨

안녕하세요, 소민정신건강의학과 원장 김민국입니다.

하루의 진료를 모두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 아빠로 돌아가는 시간. 아이들이 잠들기 전 머리맡에서 책을 읽어주는 시간은 저에게도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치유의 시간입니다.

최근 저희 아이들이 자기 전에 읽어달라며 매일같이 들고 오는 책이 한 권 있습니다. 바로 이분희 작가의 동화, 『한밤중 달빛 식당』입니다. 아이들을 위해 읽어주기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글귀 하나하나가 제 마음을 쿵 하고 울려 눈시울이 붉어진 채로 책장을 덮었던 기억이 납니다.

오늘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마음에 지울 수 없는 흉터를 안고 살아가는 이 시대의 모든 어른에게 이 따뜻한 책을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한밤중 달빛 식당

이분희2022비룡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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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이라는 가장 달콤한 유혹

이 동화는 소중한 사람을 잃은 슬픔, 혹은 친구와의 다툼이나 실수처럼 ‘지워버리고 싶은 나쁜 기억’을 가져가는 대신,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는 신비로운 달빛 식당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진료실에서 수많은 분의 아픔을 마주하는 정신과의사의 시선에서 바라볼 때, 이 식당의 설정은 참 만감이 교차하게 만듭니다. 마음의 고통이 극에 달했을 때, 사람들은 흔히 이런 생각을 하기 때문입니다.

"원장님, 이 기억만 머릿속에서 완벽하게 지워버릴 수 있다면 정말 살 것 같아요."

괴로운 과거는 현재의 나를 갉아먹고, 미래로 나아갈 용기를 앗아가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책 속의 주인공 ‘연우’ 역시 슬프고 힘든 기억들을 지우고 나면, 매일이 달콤한 디저트처럼 행복할 줄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정말 그랬을까요?

기억을 지운 자리에 남는 공허함

동화는 우리에게 매우 날카롭고도 묵직한 질문을 던집니다. "나쁜 기억을 모두 버리면, 우리는 정말 행복해질까요?"

정신과적으로 볼 때, 우리의 기억은 단순히 과거의 데이터 파일이 아닙니다. 기억은 감정의 뿌리이자, 나라는 존재를 지탱하는 줄기입니다.

슬픔의 기억을 억지로 도려내면, 역설적이게도 그 슬픔을 견뎌내며 얻었던 ‘성숙’과 타인의 아픔을 알아보는 ‘공감’의 능력도 함께 잘려 나갑니다.

실패했던 기억을 통째로 지워버리면, 다시는 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다짐했던 나의 ‘의지’와 ‘성장의 발판’마저 힘을 잃게 되죠.

결국 나쁜 기억이 사라진 자리는 평온함이 아니라, 나라는 존재의 중요한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간 차가운 ‘공허함’과 ‘알 수 없는 불안’으로 채워지게 됩니다.

나쁜 기억도 삶의 소중한 일부입니다

『한밤중 달빛 식당』이 아이들의 손을 거쳐 어른들의 마음까지 울컥하게 만드는 이유는, '나쁜 기억 또한 우리가 살아낸 삶의 소중한 일부'라는 위대한 진실을 품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겪은 슬픔, 분노, 좌절의 기억들은 결코 삶의 오점이 아닙니다. 비가 온 뒤에 땅이 더 단단해지듯이, 우리의 마음 역시 아픈 기억을 소화해 내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통해 비로소 단단하게 성장합니다.

그 짙은 그늘이 있었기에, 우리는 평범한 일상의 눈부신 햇살에 감사할 수 있는 것입니다.

작가는 식당의 입구를 통해 우리에게 말해주는 듯합니다. 기억이란 억지로 지워 없애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품어주어야 할 내 모습이라는 것을요.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 중에도, 오늘 밤 당장이라도 달빛 식당을 찾아가 지워버리고 싶은 아픈 기억 때문에 밤잠을 설치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그 기억을 억지로 밀어내거나, 그런 기억을 가진 스스로를 자책하지 마세요. 상처가 아물며 생긴 흉터는 부끄러운 자국이 아니라, 당신이 그 힘든 시간을 무사히 버텨내고 살아남았다는 명예로운 ‘훈장’입니다.

달빛 식당의 여우 주인이 건네는 따뜻한 차 한잔처럼, 소민정신과의 문을 열고 들어오시는 모든 분의 아픈 기억을 가만히 보듬어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이 통과해 온 모든 시련은 사라져야 할 슬픔이 아니라, 더 깊고 아름다운 어른으로 성장하기 위한 귀한 거름입니다.

여러분이 안고 계신 모든 기억의 조각들을, 그리고 그 기억을 품고 오늘을 살아내는 당신의 삶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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