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도 일하다 지치면 꽃 속에서 잠드는데, 왜 우리는... | 번아웃 증후군 예방 법

안녕하세요. 소민정신건강의학과 원장 김민국입니다.

얼마 전 인터넷에서 흥미롭고도 참 귀여운 사진과 글을 하나 보았습니다. 하루 종일 바쁘게 꽃과 꽃 사이를 오가며 꿀을 모으던 호박벌(뒤영벌)들이, 일하다가 너무 지치거나 해가 지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그냥 꽃 속에 몸을 웅크린 채 그대로 잠든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꽃잎에 다리를 살짝 걸치고 날개의 힘을 완전히 뺀 채 잠든 벌들의 모습은 마치 작은 인형 같아 보인다고 하더군요.

그 모습을 상상하며 미소 짓다가도, 한편으로는 제 진료실을 찾아오시는 수많은 현대인의 얼굴이 겹쳐 보여 마음이 조금 씁쓸해졌습니다.

꽃 속에서 쓰러지듯 잠드는 벌, 그리고 우리의 '번아웃'

꿀을 모으다 피곤하면 그 자리에 멈춰 서 잠드는 벌의 모습은 귀엽게 느껴지지만, 만약 우리 인간이 일하다가, 혹은 일상을 버텨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모든 배터리가 방전된 것처럼 툭 쓰러져 버린다면 어떨까요? 그것이 바로 우리가 흔히 말하는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의 모습입니다.

번아웃은 단순히 '오늘 좀 피곤하다', '쉬고 싶다' 수준의 피로가 아닙니다. 의욕적으로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정신적 피로감을 느끼며 무기력해지는 상태를 말합니다.

문제는 많은 분이 번아웃을 '의지의 문제'나 '일시적인 슬럼프'로 여겨 방치한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정신의학적으로 번아웃이 위험한 이유는, 이 상태가 지속되면 뇌의 스트레스 조절 중추가 망가지면서 우울증, 불안장애, 그리고 심한 경우 인지 기능 저하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벌도 힘들면 멈추는데, 왜 우리는..."

곤충인 호박벌도 몸에 피로가 쌓이거나 날씨가 나빠지면 비행을 멈추고 꽃 속이라는 안전한 공간을 찾아 쉬어갑니다. 자연의 순리에 따라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멈추는 법을 아는 것이지요.

그런데 가장 지혜롭다는 우리 인간은 어떻습니까?

"이 정도 가지고 지치면 안 돼."

"남들은 다 이만큼 하니까, 조금만 더 버티자."

라며 몸과 마음이 보내는 위험 신호(경고등)를 무시한 채, 연료가 바닥난 자동차를 억지로 앞으로 밀듯 스스로를 채찍질하곤 합니다.

우리는 벌보다 훨씬 더 복잡한 감정과 사회적 책임 속에서 살아가고 있기에, 어쩌면 벌보다 훨씬 더 세심하고 '인간답게' 쉴 권리가 있습니다.

번아웃이 오기 전, 미리미리 '마음의 쉼터'를 만드는 법

모든 에너지가 완전히 고갈된 '번아웃' 상태가 되고 나면, 다시 예전의 활력을 회복하는 데 몇 배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방전되기 전에 미리미리 충전하는 예방입니다.

  1. 나만의 '꽃 속' 공간을 찾으세요

호박벌에게 외부의 바람을 막아주는 꽃 속이 안전한 휴식처가 되듯, 여러분에게도 일상과 완벽히 분리된 자신만의 공간이나 시간이 필요합니다. 퇴근 후 스마트폰을 잠시 꺼두는 30분, 아무런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고 온전히 좋아하는 차를 마시는 시간 등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안전한 나만의 영역'을 확보하세요.

  1. '휴식'을 스케줄러에 먼저 적으세요

우리는 대개 일과 미팅, 해야 할 일들을 스케줄러에 빽빽이 적어두고 시간이 남으면 쉬려고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결코 쉴 수 없습니다. 일주일 단위로 계획을 세울 때, 내가 온전히 쉴 수 있는 휴식 시간을 먼저 고정해 두고 그 나머지 시간에 일정을 배치해 보세요. 쉬는 것도 일만큼이나 중요한 '의학적 관리'입니다.

  1. 몸의 신호에 귀를 기울이세요

이유 없는 두통이나 소화불량, 부쩍 잦아진 짜증, 예전에는 즐겁던 일들이 아무런 감흥이 없게 느껴진다면 그것은 마음이 보내는 SOS 신호입니다. "조금만 더"를 외치는 대신, 그 순간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가만히 수면을 취하거나 가벼운 산책으로 뇌에 산소를 공급해 주어야 합니다.

바쁘게 날아다니는 작은 곤충에게도 반드시 휴식이 필요하다는 자연의 섭리처럼, 열심히 살아가는 여러분의 삶에도 쉼표는 필수적입니다. 미련하게 끝까지 버텨내다 쓰러지는 것은 결코 미덕이 아닙니다. 내 한계를 부드럽게 인정하고, 미리미리 나를 돌보는 것이야말로 가장 지혜롭고 인간다운 삶의 방식입니다.


오늘 하루, 여러분이 채우려고만 했던 일상에 기분 좋은 비움과 휴식이 함께하기를 바랍니다. 지치고 힘든 발걸음에 쉼표가 필요할 때, 소민정신건강의학과가 언제나 따뜻한 마음의 휴식처가 되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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